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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에 판 벌인 ‘진도씻김굿’ 슬로시티센터 앞마당서
무대용 아닌 실제 의례로 “40년만인데 아주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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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밤 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내마을 ‘슬로시티 방문자 센터’ 앞마당에서 진도씻김굿 이수자 박미옥 무녀가 망자의 한을 상징하기 위해 고로 엮은 질베를 푸는 ‘고풀이’ 거리를 연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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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질베한 자락씩을 잡고 섰다. 망자의 저승길을 닦는 굿거리였다. 무녀는 한지로 만든 넋 형상을 담은 상자를 무명천 위에 놓고 가며 구슬프게 무가를 불렀다. 만나고 싶어도 이젠 만날 수 없는 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질베를 잡고 원을 그리고 돌면서 망자의 극락 천도를 빌었다. 굿소리를 듣고 달려온 잡귀와 잡신들을 대접하는 과정(거리)인 ‘종천’을 끝으로 4시간여 굿판이 끝났다.
28일 밤 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내마을 ‘슬로시티 방문자 센터’ 앞마당에서 진도씻김굿(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이 연행됐다. 전라도 굿 대중화를 위해 후원자로 나선 김태룡(55·기업인)씨와 황풍년(47) <전라도닷컴> 대표 겸 편집장이 힘을 모아 마련한 굿판이었다. 이날 한옥으로 지은 센터 앞마당엔 전라도 굿을 보려는 관객 5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특히 이날 굿판은 무대용 굿이 아니라, 실제 망자의 가족 등이 굿 의뢰자로 참여한 살아 있는 의례여서 눈길을 모았다.
이날 전체 굿거리 가운데 주요 과정을 연행한 박미옥(50)씨는 진도 세습 무당(당골) 집안의 후손으로, 진도씻김굿 무악 부문 인간문화재였던 고 박병천(1933~2007) 선생의 딸이다. 조상신들에게 굿의 시작을 알리는 ‘안당’이 끝난 뒤 굿판에 선 박씨는 “굿 보시고 가신 분들 ‘관재수’ 다 걷어 가시고 아픈 분들도 이 굿 받아 다 낫도록 해달라”며 연행을 시작했다. 신을 초청하는 과정인 ‘초가망석’과 천연두를 주관하는 신(손님)과 망자의 벗들을 불러 위로하는 ‘손님굿’이 이어졌다. 진도씻김굿 예능보유자인 박병원(66)씨의 시나위 살풀이 구음(입으로 부르는 소리)은 묘하게도 듣는 이의 심경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산 사람들의 복덕을 기원하는 ‘제석굿’은 마치 놀이처럼 이어졌다. 제석굿 중간엔 진도 사람들의 예술적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민속공연 무대가 포함됐다. 중요무형문화재 제81호 ‘다시래기’ 보유자인 강준섭(79)씨와 전수 조교 김애선씨는 춤과 놀이로 상주의 슬픔을 위로했던 축제식 장례 전통의 한 자락을 선보여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씻김굿 이수자 강은영씨는 강송대(전남도무형문화재 남도민요 예능보유자)씨의 구음을 배경으로 역동적인 ‘진도 북춤’을 펼쳐 객석을 휘어잡았다. 박씨 무녀는 “아따, 나한테도 그렇게 박수 한번 쳐주쇼” 하고 재담을 건넨 뒤, 제석굿을 다시 이어갔다. 박씨 무녀가 복을 상징하는 쌀이 담긴 복주머니 수십개를 관객들에게 나눠주며 객석으로 쌀을 뿌리자, 관객들이 “와” 하며 환호했다. 원고임(68·창평면 유천리)씨는 “시집오기 전에 굿을 본 뒤 40여년 만에 다시 굿을 봤는데, 너무나 재미있다”고 말했다.
무녀는 망자가 이승에서 풀지 못한 한을 나타내는, 일곱개 매듭으로 엮은 무명천의 고(苦)를 하나둘 풀어갔다(‘고풀이’). 망자의 넋을 물로 깨끗이 씻겨주는 의식인 ‘씻김’ 거리에서 망자의 가족들은 무릎을 꿇고 참여했다. 박씨 무녀는 망자의 옷을 싼 돗자리에 솥뚜겅을 덮어 만든 사람 모양의 ‘영돈’을 쑥물·향물·물을 빗자루에 묻혀 정성스레 씻겼다. 관객들은 이어 한지로 만든 무속 도구인 지전 끝에 망자 가족들의 머리 위에 놓인 넋 형상이 따라 올라올 때마다 박수를 쳤다.
사진 다큐 감독 최성욱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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